듀에코르다의 익스트림 네가티브

꿀벌과 스쿠터 8 개월 전

앞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좌회전만 하면 곧 지하철 역이다. 200미터 쯤 남았을까? 좌회전신호가 사라진다.

사거리에 스쿠터를 멈춰 세운다. 달리고 있을 때는 몰랐던 따가운 햇빛이 장마철 특유의 끈끈한 공기 사이로 내리쬔다.

스쿠터의 발판에 얹혀진 다리 사이로 작은 꿀벌 한마리가 날아 들어온다. 

 

벌을 자극하지 말자는 생각이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스쿠터는 좁고 양 옆이 뚫려있으니 금새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벌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뒤에 멈춰있던 차가 경적을 울린다. 좌회전신호가 다시 돌아왔다. 벌과 전방을 번갈아 주시하며 부득이하게 스쿠터를 출발시킨다.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던 벌이 순간이동하듯 빠르고 갑작스런, 예측 불가한 움직임을 보인다.

벌이 흥분해서 다리에 침이라도 쏘면 어쩌나 긴장이 된다.

점점 빨라지는 스쿠터의 속도때문에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할 수 없음에도 짬짬히 시선을 옮겨 벌을 찾아내고, 움직임을 쫓는다.

스쿠터의 옆으로 빠져나가주면 고마우련만 다리사이만 맴돌고 있다.

언젠가 TV에서 본 벌에 관한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벌은 전방보다 양옆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분석해 속도와 방향 등을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스쿠터와 다리 사이에 갇힌 벌은, 타의에 의한 풍경의 급작스런 변화에 매우 놀라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나보다.

좌회전을 마치고 직진코스로 접어들어 전방에 장애물이 없음을 확인한 뒤 시선을 내려 벌을 찾아본다.

없어졌다.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움직임끝에 결국 스쿠터에서 튕겨져 나갔나보다. 스쿠터의 안과 밖의 속도차로 인해 벌이 도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좀 미안하다.

아! 오른발 안쪽에 작은 노란줄무늬가 보인다.

풍경의 변화가 급작스러워 멀미로 기절했나? 내가 발을 움직일 때 발 밑으로 들어가 밟혀버린걸까?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확인해보리라 생각하며 실수로 밟지 않기위해 오른발에 잔뜩 힘을 주고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자전거 주차시설에 스쿠터를 세우는 순간,

벌이 날아오른다.

기절한 적도 없고 발에 밟힌적도 없다.

벌은, 언젠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지켜내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날개짓을 멈추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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